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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렇게 시작은 하는데 끝까지 해내는 일이 없었을까?’

이 고민을 하다가 발견하게 된 책 ‘그릿 Grit’. 이 책을 쓴 저자는 우리나라의 육군사관학교와 비슷한 ‘웨스트포인트’ 대학에 어렵게 입학한 학생들이 왜 중도포기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수능과 같은 미국의 SAT 점수가 2년간 준비한 학교를 2개월도 채 다니지 않고 입학 후 7주간 받게 되는 집중훈련인 ‘비스트’를 통과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 도대체 어떤 생도가 이 힘든 훈련인 비스트를 통과하는 것일까?
그릿의 저자는 심리학과 대학원 2년 차인 2004년부터 이 답을 찾아나섰다. 그녀가 찾은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였다.
태도,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일이 잘 풀릴 떄는 잘 해내지만 잘 안 풀릴 때는 무너져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략) 분야에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은 굳건한 결의를 보였고 이는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단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도 알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이 있었다.(Grit은 사전적으로 투지, 근기, 불굴의 의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깨달았다.
‘아.. 나는 정말 성공과 먼 길을 걸어왔구나.’
하고 말이다. 첫 번째 조건인 ‘회복력’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건부였다. ’일이 잘 풀릴 때‘와 멘탈 상태가 괜찮을 때는 회복력이 좋은 편이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는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회복력도 떨어졌다. 거의 바닥을 칠 때도 있었다. 특히 우울증 증상이 있을 때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도 헸다.
두 번째 조건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한다‘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는 지금까지 그런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스스로 원하는 바가 분명할 때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잘못 되었거나, 나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첫 직장에서 보험 영업을 할 때 나는 당시에 내가 하던 일과 관련한 목표가 아니었다. 당시에 나는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래서 ’5천만원을 모아서 항공 유학을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험 영업이라는 일 자체가 내 성격과 너무 맞지 않았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일해서 월급을 받는 시스템도 아니었다.
결국 나는 돈을 모으기는커녕 1천만원 이상의 빚을 만든채 5년간의 보험영업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에 좌절한 일들에 있어서는 대체로 ’뚜렷한 목표가 없는 것‘이 원인이었다. 사실 매 순간의 선택이 즉흥적인 편이었다.
‘하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MBTI의 전형적인 P의 유형이기도 하다. 관심사가 자주 바뀌는 만큼, ‘무엇인가를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목표 의식 역시 흐린 편이었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노력
적성이 학업성취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듯했다. 수학적 재능과 수학 과목에서의 탁월성은 다른 이야기였다. 나는 재능에 현혹되어 있었다.(중략) 학생들의 재능이 모두 똑같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학생들과 내가 충분히 시간을 들여 노력한다면 7학년 수학의 학습 목표 정도는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학생 모두에게 그 정도 재능은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수학적 이해력이 뛰어나서 성적이 좋을 것으로 기대했던 학생들 중 일부는 급우들보다 뒤처졌다. 반면에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시험은 물론 쪽지 시험에서도 늘 최고의 성적을 받았다.
더불어 이 책에는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취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성취한 사람들의 사례가 나온다. 난독증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작가가 된 존 어빙, 배우 윌스미스, 절대 그만두지 않는 희곡 작가 우디앨런 등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나는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을까? 또한 나는 어떤 성취를 이루었고, 또한 그것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는가? 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가진 능력들 중에 ‘재능’이라고 부를만한 눈에 띄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성취한 것들 중 스스로 만족스러울만큼 ‘노력했다’고 하는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시험 준비가 혼자 해낸 것 중에는 거의 유일한 것 같다. 그 외의 성취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낸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의 멘토이신 구본형 선생님과 함께 만들었던 카페에서 했던 다양한 행사들, 그리고 얼마 전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어하게 된 10주기 추모제 등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해낸 것들이다.
그릿이란 책을 읽으며 ‘스스로 노력해 본 적이 정말 없다’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도 사람들이 미쳤다고 얘기할 정도로 노력해 보고 얻은 스스로의 성취감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고 말이다.
나의 최상위 목표는 무엇인가
그릿의 저자는 정말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일상 곳곳에서 발견되는 ‘그릿’의 특성들을 보여준다. 그중 하나는 최상위 목표와 중간목표 그리고 하위 목표에 대한 것이다.
시애틀 미식축구팀 스호크스의 코치인 피트 캐럴은 이렇게 묻는다.
“당신에게는 인생철학이 있습니까? (중략)
”명확하게 서술된 철학은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침과 범위를 제공합니다. “ (중략)
캐럴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목표를 위계화하는 것이다. 위계화된 목표의 맨 아래에는 가장 구체적인 목표가 온다.
오늘 오전 8시까지는 집을 나서겠다
정시 출근이라는 중간 목표 때문에 중요하다.
왜 정시에 출근하려고 신경을 쓰는가?
시간을 잘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왜 시간을 엄수하려고 하는가?
시간 엄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왜 중요한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왜냐하면..."이라는 답변을 계속해나가다 보면 목표의 위계에서 최상위 목표에 이르게 된다. 최상위 목표는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로 목적이다. 일부 심리학자는 최상위 목표를 '궁극적 관심'이라고 부른다. 나는 최상위 목표를 모든 하위 목표에 방향과 의미를 제공하는 나침반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나의 인생철학과 최상위 목표에 대해 생각해 봤다. 지금 구체적으로 세운 하위 목표를 기준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명을 발견했다.
“나는 나의 자유를 통해 타인을 해방시킨다. 나의 글과 목소리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다.”
최상위 목표를 설정하자 사소한 것이라도, 결정하기가 쉬워졌다. 내가 쓰는 글, 만들려는 콘텐츠를 만들 때도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야 할지가 명확해졌다.
‘포기하지 않는 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걸까? 라는 질문에 저자는 ‘관심사를 분명히 하라’는 미션을 제시한다. 그릿의 전형을 가진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반복된 한 가지 내용은 바로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는 이야기였다고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개인적 관심과 일치하는 일을 할 때 직업에서 훨씬 만족감을 느끼고, 일이 흥미로울 때 성과 역시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과 연결된 열정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연구의 면담에 참여한 사람들은 ‘여러 관심사를 탐색하며 수년을 보냈’고, 처음 만났을 때 평생의 운명이 될 줄 몰랐던 일이 결국 깨어 있는 매 순간과 종종 잠든 순간까지 차지하는 일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는 것은 시작일 뿐 그 열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평생 심화시켜야 한다.
첫째, 아동기에는 너무 어리기 때문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지 못한다. (중략) 단지 대체로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파악하기 시작할 분이다.
둘째, 관심사는 자기 성찰을. 통해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이 계기가 되어 흥미가 생긴다. 관심사의 발견 과정은 혼란과 우연성이 존재하는 비능률적인 과정일 수 있다. (중략)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처음에 관심사를 발견했을 때는 종종 본인도 모르고 넘어간다. 즉 이제 막 무언가에 관심이 생길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셋째, 관심사를 발견한 뒤 오랜 시간 주도적으로 관심을 발전시켜야 한다. 처음에 관심이 생긴 후에도 계속 그 일을 경험함으로써 거듭거듭 흥미를 유발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관심사를 찾는 것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관심사를 발견하고 한 두 번 정도 관련된 경험을 하고 바로 다음 관심사로 넘어갔다. 그것을 심화시키는 작업을 해 본적이 없다.
그나마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을 꼽으라면 10년 이상 해 오고 있는 명상, 글쓰기와 책읽기 그리고 영어인 것 같다. 다행히 명상은 좋은 스승을 만나 스스로의 노력보다 스승이 이끌어주시는 힘으로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글쓰기와 독서 역시 좋은 스승을 만나 방법을 배웠고, 그대로 익혀 왔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그때 배운 방법대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마지막 영어는 가까운 몇 년 안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다.
열정을 발견하는 것은 우연이고,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라고 하지만, 그것을 꾸준히 해내고 심화시키는 과정에서는 분명히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심화 시키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 ’ 목표와 깊은 자기 이해‘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식적인 연습을 하라
기술이 향상될수록 발전 숙도는 느려진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실로 밝혀졌다. 자기 분야에 대해 알아갈수록 하루하루 향상되는 폭은 경미해진다. (중략) 무용사 마사 그레이엄이 ”원숙한 무용가가 되기까지 약 10년이 걸린다.“고 단언한 말이 단순한 우연은 아닌 듯하다. 전문가들의 연습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들은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전체 기술 중에 아주 일부분에 집중한다. 그들은 이미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기보다 뚜렷한 약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아직 도달하지 못한 난도의 과제에 도전한다.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빨리 자신의 수행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한다.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는 즉각적인 피드백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 피드백을 받은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가?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다시 반복, 또 반복한다. 처음에 설정했던 목표를 마침내 완벽히 달성할 때까지, 이전에는 고전했던 부분을 나무랄 데 없이 능숙하게 해낼 때까지, 신경 쓰였던 기술 부족이 무이식적인 자신감으로 바뀔 때까지 반복한다. (중략) 의식적인 연습은 준비 과정에서, 몰입은 실제 수행 중에 필요하다. 도전과제를 능가하는 기술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로 수년간 연습한 결과가 실전에서 이를 달성하는 몰입의 순간으로 이어진다는 견해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너무나도 수월하게 기량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 부분에서 나는 또 한 번 그동안 나도 모르게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 두었던 의문이 풀렸다.
”나는 왜 내가 하는 것만큼, 쓰는 시간만큼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을까? “
이것의 정확한 대답을 찾았다. 바로 ’ 의식적으로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목표가 없고, 그 목표를 달성한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 대충‘ 하는 편이었다. 목표에 있어서 ’하다 보면 되겠지 ‘라는 생각이었던 것처럼 연습에서도 ’ 이렇게 하다 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해왔던 것 같다.
특히 글쓰기에 있어서 나는 ‘의식적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글 목표를 정하고, 그렇게 쓸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글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릿’이란 책에서 위안을 받았던 부분은 그릿을 길러주는 부모나 환경이 아니어도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때 ’ 그릿이 길러질 수 있다 ‘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여러 방면에서 나를 지지해 주고 ’할 수 있다 ‘고 북돋아준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이 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오늘 쓴 이 글 또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